🤔 계기
입대한 지 세 달에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 지 생존신고의 느낌과,
여기서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랜만에 회고를 작성한다.
훈련병 (3월 ~ 4월)
5주간의 훈련소 생활
3월의 날씨는 상당히 추웠다.
어느 날은 보급품을 나눠주는데 3월인데 밖에 눈이 내려 시린 손으로 보급품 사이즈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5주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우의를 입은 날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훈련을 뺄 수 있는 기회라는 것보다 착용감과 냄새가 최악인 우의를 입지 않은게 너무 좋았다.
훈련은 많이 힘들지는 않았고,
성적에 의미를 가지지 않아도 되서 마음이 편해지니 덩달아 몸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훈련소에서 할 수 있는 일
훈련소라는 환경 특성상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된다.
운동을 하기에는 군사훈련도 제대로 수행할 지 모르는 몸을 더 굴릴 여유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없기에 넘겼다.
그나마 한 일이라면 개발 서적을 읽고, 머릿 속에 있는 CS 지식을 수첩에 적으며 복기했던 것이다.
나는 전문특기병이라 훈련소 성적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입대할 때 개발 서적을 반입하여 읽고 (3권까지 책 반입이 가능하다)
기술 면접을 진행하는 것 처럼 개발에 대한 키워드만 꼬리물기 식으로 적으면서,
개념에 대한 설명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알고 있는 지 확인했다.
훈련소에서 개발 공부할 여유와 의지가 있는 사람이 당연히 많지 않겠지만,
정말 만약에 있다면 코드보다는 개념 관련 책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코드만 있는 책을 읽다가 못 읽겠어서 집에서 다른 개발 서적을 택배로 받았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김종민 저)
-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조영호 저)
- 자바와 Junit을 활용한 실용주의 단위 테스트 (제프 랭어, 앤디 헌트, 데이브 토마스 저)
다 읽은 건 아니라서 모든 책을 읽은 후에는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해볼까 생각한다.
이등병 (4월 ~ 5월)
전입
5주의 훈련소 생활이 끝나고, 전문특기병인 나는 특기학교가 아닌 자대로 바로 배치받게 되었다.
자대의 위치와 하는 일은 대강 알고 지원했기 때문에,
고생 끝이라는 생각과 새로운 환경이라는 불안함을 달고 복귀했다.
자대의 첫 인상은 ‘회사’였다.
서로의 분야가 있는 전문특기병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지원한 특기병의 그 긴 이름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전입 첫 주에는 회사 인턴으로 들어온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개발 준비
자대에 왔지만 나는 신병이다.
이미 일들은 진행 중이고 신병에게 일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개발을 위한 준비로 자대에서 개발하는 도구들을 학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자대에서 요구하는 개발에 대해서는 얕은 지식뿐이라서, 잘할 수 있을 지 걱정되기도 했다.
개발 시작
그러던 중, 나에게 일이 들어왔다.
다행히 난이도가 그렇게 크진 않아보여서, 부딪히면서 성장해보자는 느낌으로 어떻게든 화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프로젝트를 계기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개발 중에 모르는 것이 생길때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보니,
선임분들께 많이 여쭤보면서 개발을 진행했다.
지금 약간 후회되는 것은 선임분들이 전역하시기 전에 더 많은 팁들을 알아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들 너무 뛰어나신 분들이라 지금도 계속해서 배울 내용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개인 공부
- 코딩 테스트
자대에서 웹 개발을 하다보니 생각나서 웹 개발을 하는 대학교 선배에게 연락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선배는 웹에 대한 이야기도 해줬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코테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언어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알려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멈춰있으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사지방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5월 중순까지 코딩 테스트 재활을 진행했다.
이전에는 백준으로 진행했지만, 조언도 받았다보니 방식을 바꿨다.
- 프로그래머스로 파이썬에 익숙해지기 (문법이 바로 떠오르도록)
- 익숙해졌다면 백준에서 알고리즘 기법별로 풀어보기
이에 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실 입문을 풀라고 해줬는데 기초를 먼저 풀고,
입문은 5월 말 정도까지만 진행했다.)



입문, 기초 문제만 풀었는데 레이팅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이고, 순위 변화도 뚜렷해서 재미있었다.
- TOPCIT
우연히 5월 경에 TOPCIT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군인 단체응시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아서, 가능하면 꼭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청 마감 직전에 이를 알게 되어서 정말 다급했다.
우리의 단체 응시를 위해 주무관님과 선임분들께서 정말 고생하셨다.
하지만 고생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공부를 하지는 못했다.
업무가 생기고, 쉬기도 하니 시간을 내어 TOPCIT 에센스를 펴지도 못했다.
했던거라면 TOPCIT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CBT 체험(문제도 포함됨)을 봤다는 것 하나가 있다.
그렇게 시험 날은 와버렸고, 시험을 응시했다.
응시 후기는 ‘책 봤으면 고득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였다.
재밌었던건 다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공자 입장에서는 복습하고(프로그래밍 관련 부분) 학습하기만(비즈니스 영역 부분) 하면 된다는 시험이었다.
그래도 나의 CS 수준을 다시금 본 것 같아서 점수와 무관하게 재밌게 본 것 같다.
하반기에는 꼭 공부하고 고득점을 하고 싶다.
개인 운동
군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운동이다.
평소 운동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기 때문에,
1년 9개월이라는 기간동안 운동과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자대 선임분들 대부분이 운동을 좋아하시고, 잘 하신다.
덕분에 여러 운동을 배우고 있다.
현재 진행하는 운동은 다음과 같다.
- 풀업 1개 챌린지
이전에 선임분께서 가볍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점심시간에나 매달리기 정도는 땀 안나니깐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솔깃했다.
회사에서도 풀업(턱걸이) 1개도 제대로 못했었고,
어깨를 넓히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보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간부님을 따라 체력단련실에 갔다가 그 말이 생각나서 매달리기를 시작했다.
옆에서 보신 간부님도 풀업을 하고 싶다고 같이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 운동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다들 10초도 못 버텼지만, 점점 시간이 늘더니 1달도 안되어 1분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는 악력은 충분히 단련했다고 판단하고,
등 운동으로 넘어가 풀업을 위한 보조 운동(네거티브 풀업 등)을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세트를 수행하는 것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선임분께서 전역하시기 전에 풀업 1개를 성공시키고 싶은데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풀업 1개가 성공하면 풀업 보조 운동이 아닌 그냥 운동 크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 가끔, 달리기
사회에 있을 때는 달리기보단 걷기를 많이 했다.
이어폰을 꽂고 주변 풍경을 보거나,
지하철 역까지 갔다 오는 것을 목표로 걷다보면 복잡하게 꼬인 내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군대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첫 호실의 선임분께서 런닝을 자주 그리고 잘 하셨다.
처음 런닝을 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지친 몸과는 반대로 편안해진 마음이 있었다.
걷기보다 시간적으로 효율적인 새로운 리프레쉬 수단을 얻은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혼자서 혹은 여러명이서 달리며 리프레쉬를 하고 있다.
- 체련 시간에 운동 맛보기 (족구, 농구, 탁구)
처음으로 경험한 운동은 족구였다.
워낙 공을 다루는 운동에 익숙하지 않고, 발을 잘 쓰지도 못해서 많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땀 흘리며 즐기는 주무관님,
선임분들도 있다보니 실력과는 무관하게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힘들어서 그런지 저녁 식사 직후 잠드는 날이 많았다.
그 다음은 탁구다.
족구보다는 낫다는 느낌을 가진 스포츠지만, 구기종목은 구기종목이었다.
선임분들의 실력이 있다보니 다들 뭔가 맞춰주시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도 족구보다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괜찮았고,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접근성이 자주 탁구를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은 농구다.
더워서 족구를 못하던 어느 날 갑자기 농구가 시작되었다.
어쩌다 합류한 농구는 족구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행이라면 발보다는 팔을 쓰는 게 쉽고, 키의 어드밴티지가 있기는 있었던 것이다.
(그래봤자 엄청 못함 → 못함 느낌의 어드밴티지 같다)
개인적으로는 슛을 할 때 잘못된 자세에서 뒷목이 나가는 듯한 고통이 생각나 기피했는데,
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던 좋은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 다음 계획은?
운동과 관련된 목표를 설정-달성하자
운동에 대한 가벼운 경험들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정해서 목표를 정하고 이룰 때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 목표는
- 체력검정 특급(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3km 달리기)
- 풀업 1개 이상 하기 (현재 0개)
- 무게 치기 (스쿼트, 벤치 등에 무게를 넣어서 수행해보고 싶다)
가 있다.
아마 앞의 두 목표를 달성한 후에 세 번째 목표에 도전할 것 같다.
교양을 쌓자
군대에서 독서와 관련된 행사를 생각보다 많이 한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독서하는 습관을 다시 만들어보려고 생각한다.
개발 관련 도서가 아니더라도 읽고 서평처럼 블로그에 게시하고 싶다.
자격증을 취득하자
나는 자격증에 회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군대라는 환경은 이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한 곳이다.
나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고,
자격증 취득이 가점과도 관련이 있어 일석이조다.
앞으로 응시할 자격증들을 정리하고 일정을 짤 예정이다.
습관을 만들자
앞선 계획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습관이 필요하다.
매일 운동하기, 스마트폰보다 책을 선택하기 등
아마 이게 가장 어려운 계획일 것 같다.
✏️ 글을 마무리하며
군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읽는 입장에서도 군대 이야기보다는 한 사람이 아득바득 움직이려고 하는 기록이 좀 더 나을 것 같았다.
또한, 군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언급하면 안될 내용을 작성하는 불미스러운 상황도 없으면 했다.
앞으로는 한 달마다 이런 느낌의 회고를 지속적으로 올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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